멀쩡한 산림을 깎아서 태양광 발전 시설을 들이더니, 소금이 나는 염전에도 들어섰고 어제는 논밭 까지 거대한 태양광 시설로 뒤덮인 현장 보여드렸습니다.
농사를 짓던 곳까지 어떻게 대형 태양광 시설이 들어올 수 있었을까요.
땅을 쪼개는 수법 등 각종 편법이 난무했는데, 관계당국과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.
오늘도 현장카메라 권솔 기자가 전해드립니다.
[리포트]
평생 농사를 지어온 70살 이덕한 씨의 양파 밭
바로 앞 농지엔 23만 1000㎡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이 들어 섰습니다.
[이덕한]
"100m도 안 떨어졌어. 여기가 다 농사짓던 농로입니다."
얼마전까지 이 농지에서 쌀 농사를 짓던 임차농민은 쫓겨난 상태입니다.
[이덕한]
"전부 옛날에 논이었어요. (태양광 사업) 하려고 양어장 했던 사람도 쫓아내고 농사짓던 사람도 못하게 하고."
지난 2015년, 정책 자금 대출을 받아 귀농한 아들은, 갑자기 나타난 대규모 태양광 패널에 일할 의욕을 잃었다고 말합니다.
[이두현]
"반사 패널에서 올라가는 복사열 에너지가 장난 아니에요. 바람 타고 오면 농작물이 견뎌내겠느냐 이 말이에요."
지자체는 이곳 태양광 발전 시설에 준공 허가를 내주지 않는 상황.
[무안군청 관계자]
"아직 준공은 안 났습니다."
태양광을 설치하려면 인근 주민 민원을 해결하려는 노력 등 선행돼야 할 조건들이 있는데, 그런 부분들이 충족 안 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.
이런 상황에서 한국전력공사가 이미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주고,
[한국전력공사]
"거기는 전력거래소랑 직거래를 하거든요. 저희는 그 (태양광) 발전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."
업체가 임시 발전 상태로의 가동을 시작하자, 인근 농민들은 더욱 반발하고 있습니다.
[이두현]
"인접 토지주들 민원 해결하고 착공하라고 조건이 붙어 있어요. 그런 조건도 안 지키고 올해 바로 해버렸다니까요?"
주민들은 또, 중앙 정부의 까다로운 간섭을 피하기 위한 '쪼개기 꼼수'도 동원됐다고 주장합니다.
생산 전력 규모가 3천 킬로와트 이상이면 중앙정부가, 이하이면 지자체가 인허가 등 관리 감독을 맡게 되는데, 이 곳은 번지수가 1개인 토지 위에, 3천 킬로와트 이하 6개 정도의 업체가 각각 인허가를 신청했다는 것입니다.
지자체는 나눠서 신청하는 '쪼개기' 방식이 불법은 아니라고 합니다.
[전남도청 관계자]
"동일 사업자가 쪼개서 사업을 할 경우에는 불이익을 줘요. 그런데 (회사가) 나눠서 들어와서. 법적으로 저촉되는 문제는 없어서 허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죠."
문제를 제기해도 별 달라질 게 없는 상황에서, 이 씨 부자의 논밭 사방은 태양광 패널에 둘러 쌓였습니다.
[이두현]
"(농사 지을) 기회가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. 기회 자체를 박탈해버린 거잖아요."
전남 간척지 지역에 태양광이 설치된 곳은 1071ha. 축구장 1760개의 면적, 앞으로 더 많은 설치가 예고되고 있습니다.
[권솔 / 기자]
"전남 영암군 미암면 일대입니다. 대규모 간척지 태양광 개발 이슈가 있는 곳인데요. 마을 주변에 이렇게 삶의 터전을 팔지 말자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습니다."
[이덕한]
"태양광 발전을 많이 하려고 하다 보니까 가장 쉬운 것이 만만한 게 농촌이에요."
[이이녀]
"우리 농민들 가슴에다가 못을 박고 싹 뺏어가버렸어. 억울해서 못살아 내가 진짜."
현장카메라 권솔입니다.
권솔 기자 kwonsol@donga.com
PD : 김남준·김종윤